악기 연주자가 자신의 악기를 어떻게 다루어야 가장 아름다운 소리를 낼 수 있는지도 모르고 연주를 한다면 이는 요리사가 재료들의 성질이나 맛도 모른 채 요리를 하는 것과 같다. 특히 다른 어느 악기보다도 건반 악기는 건반을 누르기만 하면 쉽게 소리가 나기 때문에 소리나 악기에 대해 오해를 하기가 쉽다. 건반악기는 소리를 내는 줄과 줄을 때리는 햄머가 나무통(울림통) 속에 들어있어 보이질 않는다. 얼마나 줄을 세게 쳤는지 약하게 쳤는지를 느낄 수 있는 것은 오로지 손끝의 감각을 통해서이다. 건반은 오로지 연주자의 손가락이 지시하는 대로 곧바로 햄머에게 전달하는 심부름꾼 일뿐이다. 연주자의 손가락이 건반을 강하게 치면 햄머가 줄(현)을 강하게 때리고 약하게 때리면 역시 햄머는 줄을 약하게 치게 된다. 강하게 쳐진 줄은 크게 소리가 나며 음향판을 강하게 자극하여 음향판은 강한 공기의 파장을 만들어 음폭을 넓혀나간다. 건반을 너무 강하게 치면 소리가 탁하고 거칠어지며 작은 소리를 위해 너무 약하게 치면 소리가 끊어지거나 파묻히게 된다. 강하고 큰소리이지만 탁하지 않고 맑아야하며, 작은 소리이지만 멀리까지 끊어지지 않고 부드럽고 고르게 들려야 한다. 이것을 만들어 내는 것이 바로 연주자의 손에서 나오는 테크닉인 것이다. 연주자의 손가락은 잘 만들어진 줄과 음향판을 최대한 활용하고 잘 조절하여 공명된 소리를 만들 수 있어야 한다. 음악적인 마음은 풍부한데 막상 건반에서 작용하는 손이 뜻대로 되지 않으면 역시 음악도 본의 아니게 뜻대로 살릴 수가 없게 됨은 당연한 일이다.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에 연주자가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음악적 표현을 최대한 살리기 위해서는 반드시 악기를 자유롭게 다룰 수 있는 테크닉이 필요하다. 연주하는 데는 손가락과 팔만을 사용하지만 이는 몸 전체에 속해 있는 한 부분일 뿐이다. 몸이 불편하면 손도 불편해지고 손과 팔이 불편하면 몸도 불편해진다. 손과 팔은 어깨로부터 분리 되어있더라도 모든 근육이나 신경들은 머리에서부터 발끝까지 하나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단순히 손가락 하나의 움직임을 위해서라도 그 손가락과 연결되어진 모든 근육과 신경들의 움직임을 이해하지 않은 채 ‘손가락 독립’을 운운 한다는 것은 커다란 모순이다. 더구나 연주자는 자신의 손과 팔을 이해함에 있어서 그 근육의 움직임과 힘의 방향을 파악하고 조절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 악기를 연주하는데 필요한 손과 팔, 악기의 성질은 물론 나아가서 신체의 흐름까지도 깊이 이해하는 연습방법을 찾을 때 가장 정확한 해결방법을 찾을 수 있다고 믿는다. |